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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혈통이 같은 민족인데 언어를 못하면
정체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부끄러워요.”
중국에서 온 조선족 연극배우 홍자운(Ziyun Hong) 씨

이번 학기 5급을 마친 홍자운(Ziyun Hong) 씨는 조선족이며 북경 북경대에서 법학을 공부한 재원이면서 영국에서 연극을 전공한 현직 연극배우이다. 조선족으로서 한국에 올 기회가 많아 여러 재단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을 온 적이 있지만 이렇게 긴 시간 한국어를 배울 기회를 가지며 여유를 갖게 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인터뷰하는 시간 동안 전혀 대화의 부자연스러움을 못 느낄 정도로 자연스러운 말투로 마치 친구와 이야기 나누는 것처럼 유창하게 자신의 생각을 풀어 나갔다.

Q. 반갑습니다. 언제 처음 한국에 오셨나요? 그리고 그때 느낌은 어떠셨나요?
A.처음 한국에 왔을 때가 2002년 월드컵 전이었어요. 그때 느낀 것은 제가 중국에서 사용했던 한국어와 다르다는 것이었죠. 같은 민족이라서 같을 줄 알았는데 막상 와 보니 억양도 달랐고, 단어 선택도 달랐거든요. 그리고 그 후에도 두세 번 더 여러 재외동포 관련 재단의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을 방문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여러 번 방문하면서 민족에 대한 문제에 더 관심이 많아졌지요.
Q. 이번에 한국어를 배우러 오시게 된 계기가 따로 있나요?
A. 제가 조선족이어서 항상 언어를 잘 해야겠다고 느꼈어요. 부모님께서는 어렸을 때 늘 한국어와 중국어를 집에서 같이 사용하셨어요. 같은 민족인데 언어를 못하면 정체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그럴 기회가 없이 짧게만 오갔는데 이번에 잠시 제가 하는 일에 대해 좀 더 정리해 볼 겸 시간을 갖기로 하고 배우러 오게 되었습니다.
Q. 그렇다면 어떤 분야에서 종사하고 계세요?
A. 저는 오기 전까지 연극 분야에서 일을 했습니다. 원래 저는 북경대에서 법학을 전공했습니다. 사회 정의에 대해 관심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공부만으로는 우리 사회가 바뀔 만한 힘이 부족하다고 느껴서 졸업 후 영국으로 연기 유학을 떠났어요. 3년간 그곳에서 연극을 하면서 전공을 바꾼 셈이죠. 그리고 연극 배우로 'War Horse'라는 연극은 무려 200회 전국 투어를 하기도 했지요. 물론 갑자기 연극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에요. 대학 시절에 무대에 설 기회들이 있었습니다. 대학 1학년 때도 연극을 했었고요. 처음에는 부모님의 반대도 있으셨죠. 아버지께선 안정적인 직업을, 어머니께선 문화부 공무원이 되길 바라셨지만 우선은 연극을 한번 배워 보라고 하시고 큰 기대를 안 하셨는데 유학 후 돌아와서 제가 무대에 서고 일을 하는 모습을 보고 뿌듯해하셨어요.
Q. 연극을 잠시 쉬고 계신 거군요. 한국의 어학당 생활은 어떠세요?
A. 작년 여름에 공연을 쉴 때 일에 대해 생각을 조금 정리해 보면서 이곳에서는 한 학기만 공부를 할 계획이었는데 한국의 어학당 생활이 편하고 만족스러워서 3급부터 시작한 게 벌써 5급을 마치게 되었네요. 중간에 장학금을 받은 학기도 있었고 현재 어학당 홈페이지 뉴스를 중국어로 번역하는 아르바이트 일도 하게 되었고요. 어학당에 처음 왔을 때는 조선족이라서 한국어를 잘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한국어로 대화하려니 더 어려움을 느꼈어요. 하지만 외국인이다, 한국어를 배우러 온 학생이다라는 입장에서 대화를 시도해 보니 부담이 적어졌어요. 또 반 친구들과 나이차이가 있는 부분이 조금 우려되었지만 시험 기간에도 제 생일까지 챙겨 주는 좋은 친구들을 얻을 수 있었답니다.
Q. 어학당 생활 중 기억에 남는 게 있으시다면요? 연극을 전공하셨으니 연극대회가 어땠는지 궁금하기도 한데요.
A. 네, 3급 연극대회는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제 전공을 살려서 연출을 하고 무대 공간을 배치하고 친구들에게 연기를 가르칠 수 있었어요. 그때 저희 반이 1등을 했지요. 또 지난 학기에 태권도 리더십 캠프를 갔던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생각해 보니 어학당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즐거운 활동들을 많이 했네요. 3, 4급 때에 비하면 여유가 없었던 5급이었지만 그래도 5급의 선택반 문학반 수업과 학점 인정 문학 수업도 매우 기억에 남습니다. 제가 연극 무대에 있기만 해서 제가 감수성이 있다거나 문학에 특별히 관심이 많다고는 느낀 적이 없었는데 여러 다른 친구들과 같이 공부하다 보니 제가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이었구나라고 느낄 수 있었죠. 문학반 수업을 들으면서 연극과는 다른 매력을 느꼈고 요즘은 취미로 시를 쓰고 있습니다. 사실 연기와 시, 그림은 다 같은 예술이지만 작가나 화가는 글과 그림으로 자기 세계를 표현할 수 있어요. 그런데 연기는 물론 자기 자아가 있지만 연기하는 순간만큼은 자신을 버려야 하는 점이 다르거든요. 그 부분에서 시는 제가 다른 방법으로 저를 표현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습니다.
Q. 어학당 생활이 단순히 어학 공부뿐만 아니라 자운 씨의 직업에도 서로 영향을 주는 부분이 있는 거군요. 한국에서 공연을 보거나 하신 적은 있으세요?
A. 한국 연극은 예전에 한국을 방문했을 때 대학로를 돌아다니며 많이 봤고요. 이번에는 제가 좋아하는 음악 공연을 보러 콘서트나 방송국, 음악 페스티벌 등을 찾아 다녔어요. 또 홍대 근처를 돌아다니며 버스킹을 보기도 하고 버스킹을 하는 사람의 요청에 의해 노래를 몇 번 부르기도 했고요. 그리고 이대 미대에 다니는 친구와 길거리 공연을 한 적도 있습니다.(사진) 그때 주제는 ‘주인’이었는데 친구는 주로 사용 도구나 주제를 잡고, 저는 연기를 했죠. 그리고 영국에 있을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가 한국의 한양대에서 교수로 일하는데 제가 그 대학원 수업을 대신해 워크숍을 할 기회가 한 번 있었어요. 'War Horse'라는 연극에 대한 기초 연기 등을 영어로 강의한 적도 있었어요.
Q. 그동안 한국에서 다양한 경험들을 하셨군요.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세요?
A. 우선 저는 계속 6급까지 하고 싶고 기회가 되면 7급까지 하고 싶습니다. 방학 때 잠시 돌아가 연극 연습을 하고 학기 중에도 연극 무대에 서기 위해 중국을 오갈 예정입니다. 그 후에는 제가 중국에서 일을 할지 한국에 있을지는 모르지만 연극 분야에서 계속 일을 할 계획입니다. 영국 유학생활이 목표를 향해 달리느라 여유없이 지냈기 때문에 이번 한국 생활은 좀 더 여유를 가지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선은 너무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지 않고 시간이 흐르는 대로 해 나가려고 해요.


짧은 시간 나눈 인터뷰였음에도 자신이 하고 있는 공부와 일에 대해 깊은 생각을 가진 학생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조선족이어서 한국어를 잘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다짐이라든가 사회 정의를 위해 법학을 선택하고, 또한 자신의 재능을 살려서 전공을 바꾸어 연기를 배우는 도전까지 자운 씨의 열정이 인터뷰 내내 고스란히 전해졌다. 앞으로 자운 씨의 한국 생활이 앞으로의 연극 인생에 큰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